"이 문장은 틀렸지 않는가"

 

네, 위 문장은 틀렸습니다.

'않는가' 대신에 '않은가'가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않은가'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지 않은가'와 '-지 않는가'는 활용하는 곳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지 않은(는)가'에서 '-' 부분에 형용사가 오면 '않은가'가 올바르며 '-' 부분에 동사가 오면 '않는가'가 올바릅니다.

따라서 글의 제목에서는 '틀리다'라는 형용사가 쓰였으므로 '틀렸지 않은가'라고 써야 올바릅니다.

'-지 않는'과 '-지 않은'이 활용되는 다양한 경우에서 이 규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글 맞춤법과 문법, 참 쉽지 않은가.

 그래도 고치지 않는 당신, 반성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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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받아"라고 써야 할 말을 "전화 받어"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요.

왜 "전화 받어"가 아니라 "전화 받아"라고 써야하는 걸까요?

 

'ㅏ'와 'ㅓ'는 모음인데요.

이런 모음들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끼리, 서로 비슷한 것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여기서 양성모음은 밝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모음들로, 'ㅏ, ㅗ, ㅑ, ㅛ, ㅘ' 등이 해당합니다.

그리고 음성모음은 어두운 느낌을 가지고 있는 모음들로, 'ㅓ, ㅜ, ㅕ, ㅠ, ㅝ' 등이 해당합니다.

(참고로 'ㅡ'와 'ㅣ'는 음성모음이랍니다.)

 

그럼 '전화 받아'를 살펴볼텐데요.

'받아'는 '받-'이라는 어간과 '-아'라는 어미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여기서 어간과 어미가 바로 '비슷한 것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죠.

그래서 '받-'의 모음 'ㅏ'(양성모음)에 양성모음을 가진 '-아'가 함께 오는 것입니다.

 

다른 예를 몇 가지 들게요.

 

'쓰레기를 주워라' : 음성모음을 쓴 '주' 다음에 음성모음 '워'가 옵니다.

'밥을 먹어라' : 음성모음을 쓴 '먹' 다음에 음성모음 '어'가 옵니다.

'하늘을 날아가다' : 양성모음을 쓴 '날' 다음에 양성모음 '아'가 옵니다.

'맞는 것 같아' : 양성모음을 쓴 '같' 다음에 양성모음 '아'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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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계를 보고는 '다섯 시 삼십 분'이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해보신 적은 없나요?

왜 '다섯 시 서른 분'이나 '오 시 삼십 분'은 안 되느냐는 생각이요.

 

여기서 '다섯'이나 '삼십' 등을 가리켜서 '수사'라고 합니다.

'범죄 수사' 같은 말이 아니라 <수량이나 차례를 나타내는 품사>라는 뜻을 가진 말인데요.

이 '수사'는 다시 양(量)수사와 서(序)수사로 나눠지는데, '다섯'이나 '삽십' 등은 모두 양수사에 해당합니다.

(서수사는  첫째, 둘째 등을 말하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시(時)에는 '오'가 아닌 '다섯'을 쓰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옛날 과거로 돌아가보면, 우리 민족이 우리말만을 사용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록 우리말을 기록할 한글은 없었지만(그래서 한자를 썼죠) 그래도 우리에게는 우리말이 더 자연스러웠죠.

그래서 시각을 나타내는 '시(時)', 무게를 나타내는 '근(斤)' 등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써 오던 단위에는 자연스럽게 우리말 수사가 붙었습니다.

 

이후에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점점 한자 사용이 자유로워집니다.

한글이 만들어지고 한자를 한글로 표지할 수 있게 되면서 한자식 표현도 한글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고요.

이런 과정에서 개화기 이후로 들어오는 단위에는 자연스레 한자어 수사가 붙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한자어도 한글로 표기할 수 있으니, 과거처럼 굳이 순우리말 수사를 붙일 필요가 없었던거죠.

그래서 '분(分)', '초(秒)' 등의 단위와 영어의 영향을 받은 단위에는 한자어 수사가 붙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굳혀져 오면서 우리의 입에 철썩 달라붙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다섯 시 삼십 분'은 익숙하지만 '오 시 서른 분'은 어색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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