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계를 보고는 '다섯 시 삼십 분'이라고 읽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해보신 적은 없나요?

왜 '다섯 시 서른 분'이나 '오 시 삼십 분'은 안 되느냐는 생각이요.

 

여기서 '다섯'이나 '삼십' 등을 가리켜서 '수사'라고 합니다.

'범죄 수사' 같은 말이 아니라 <수량이나 차례를 나타내는 품사>라는 뜻을 가진 말인데요.

이 '수사'는 다시 양(量)수사와 서(序)수사로 나눠지는데, '다섯'이나 '삽십' 등은 모두 양수사에 해당합니다.

(서수사는  첫째, 둘째 등을 말하죠.)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시(時)에는 '오'가 아닌 '다섯'을 쓰는 이유를 알아볼까요.

 

옛날 과거로 돌아가보면, 우리 민족이 우리말만을 사용하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비록 우리말을 기록할 한글은 없었지만(그래서 한자를 썼죠) 그래도 우리에게는 우리말이 더 자연스러웠죠.

그래서 시각을 나타내는 '시(時)', 무게를 나타내는 '근(斤)' 등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써 오던 단위에는 자연스럽게 우리말 수사가 붙었습니다.

 

이후에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점점 한자 사용이 자유로워집니다.

한글이 만들어지고 한자를 한글로 표지할 수 있게 되면서 한자식 표현도 한글의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고요.

이런 과정에서 개화기 이후로 들어오는 단위에는 자연스레 한자어 수사가 붙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한자어도 한글로 표기할 수 있으니, 과거처럼 굳이 순우리말 수사를 붙일 필요가 없었던거죠.

그래서 '분(分)', '초(秒)' 등의 단위와 영어의 영향을 받은 단위에는 한자어 수사가 붙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굳혀져 오면서 우리의 입에 철썩 달라붙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다섯 시 삼십 분'은 익숙하지만 '오 시 서른 분'은 어색하답니다.

Posted by brightstory